일상적 생활과 손쉬운 행동이 커다란 도전인 사람들이 있다. 단지 하나의 발걸음이 누군가에게는 10분의 장애물이 되기도 하고, 10분의 외출이 10시간의 과제가 되기도 한다. 시간은 금이지만 이들의 소중한 시간은 마치 물처럼 버려지고 있고, 하늘이 준 재능이지만 사회가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아무리 아름다운 이들의 인격체라도 공동체는 귀찮은 존재로만 취급한다.

인간이, 사회가 다른 인간을 평가하는 것은 천부인권(天賦人權)에 반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의 외모로, 말투로, 버릇으로, 성(性)으로, 장애여부로 그를 평가하고, 재단하고, 구분하고, 백안시한다. 공동체의 당연한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전체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 지 상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공동체는, 통영이라는 도시공동체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

마침 올해 7월부터 기존의 1~6급 장애인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가 심한 경우와 심하지 않은 경우로만 구분하게 됐다. 이에 발맞춰 본지는 지난 19일 오후 한려투데이 지면평가위원실(회의실)에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통영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는 통영시의회 김혜경 의원, 통영시청 노인장애인복지과 심명란 과장, 통영시척수장애인협회 박형권 회장, 통영 및 경남선원장애인협회 장재군 회장, 통영지체장애인협회 한창석 회장, 통영농아인협회 김영선 통역사, 통영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윤우정 사무국장, 느티나무 지적장애인 부모회 이동주 전 회장 등 대표자들이 참석했다.

'장애인과 동행하는 통영' 토론회, 편견 극복의 계기
 

장콜 이용시 환승 원할했으면
척수장애인협회 박형권 회장은 “금융기관, 관공서 등은 경사로가 너무 급해서 마치 낭떠러지 같고, 음식점 같은 곳은 계단밖에 없어서 드나들기조차 어렵다”며 “인도의 경우도 턱이 너무 높아서 보행에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박형권 회장은 장애인콜택시(장콜)의 환승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 타 지역 출타했다가 통영으로 되돌아 올 때 대기시간 너무 길어 불편하다”며 “그쪽 지역 콜택시와 연계가 원할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협회 한창석 회장은 “인도의 턱도 높고 도로도 중간에 끊겨있으며, 시각장애인 안내블록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경사로 부분개선은 해당업체와 시청이 절반씩 비용을 부담해 개선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니, 장애인들이 직접 다니면서 개선필요성이 있는 위험한 부분을 건의해 달라”고 말했다.

장콜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지체장애인협회 한회장은 “통영에는 20대 콜택시가 있는데 하루 12대를 운영한다”며 “평균대기시간은 10~15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남에서 유일하게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장콜”이라며 “위급한 상황 아니라면 너무 독점 이용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자제하고, 장애인종합복지관의 리프트버스를 활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중목욕탕 가는 것이 꿈인 세상
“장애인 여러분들도 대중목욕탕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 하신 적 없느냐? 우리에겐 꿈같은 일”이라고 말문을 연 한창석 회장은 “애당초 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장애인전용목욕탕을 설치하려고 했다가 무산됐다”며 “특히 휠체어장애인, 안면장애인 등은 꼭 필요하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는 또 장애인종합복지관에 성인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개발해, 장애인이 더 많이 찾는 복지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통영시청 심명란 과장은 “장애인등급제는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관련 조례도 이미 전부 개정했다. 내년 집행예산은 올해 반영할 것”이라며 “단계적 지원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과장은 “행정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아지고 있다”며 “마음이야 한꺼번에 다 해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점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장애인들도 자립할 수 있는 부분은 자립했으면 한다. 시청 민원실 커피전문점을 장애인 단체가 운영하면서 공무원들의 인식개선 및 전환에 좋은 영향을 줬다”며 “오늘 토론회가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 더 나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원장애인협회 장재군 회장은 “대통령이 지시한 장애인문화체육센터 건설을 신청하지 않아 아쉽다”며 도서지역 장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장재군 회장은 “어르신·임산부도 포함한 교통약자들을 위해서”라며 “전동스쿠터로 장거리 이동이 불가능한 장애인과 노인들을 생각하자”고 말했다.

모든 분야 장애인 소통길 열어야
통영농아인협회 정창열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수어통역사 김영선씨는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하면 면접을 통해 직업적으로 적합한지 아닌지 검증도 없이 곧장 거절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사회의 편견을 지적했다. 그는 또 민원실 수어통역사 배치, 관광 안내 동영상 모니터 설치, 농아인 전용게이트볼장 설치 등을 건의했다.

SNS아이디가 ‘복지혜경’이라는 김혜경 시의원은 “장애인들만이 모이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야 한다. 집밖으로 나와 시민들과, 비장애인과 어울리는 세상을 희망한다”며 “내년 장애인체육회가 창립하면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또 다음날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등 장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경 의원은 “노인장애인복지과뿐 아니라 교통과·문화예술과·교육체육지원과 등 모든 분야에서 장애인이 접근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에 그런 것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한 한 명을 도우는 것보다는 정책적으로 변화를 이끄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통영시 전체 장애인이 함께 공감하는 정책으로 뒷받침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영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윤우정 사무국장은 “발달장애 지적장애인에 대해서는 ‘사회에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자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거, 직업, 여가생활, 동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기결정권과 자립의 길 찾아야
윤우정 국장은 “향후 10년~15년 내에 노인장애인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 될 것”이라며 “현재 50대~60대 발달장애인들은 부모들이 세상 떠나고 누나와 같이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누나마저 세상을 떠나면 돌 봐 줄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지도 산업이 될 수 있다. 독일의 어느 도시는 주민 60%가 복지관련 일에 종사한다. 그 지역은 복지가 바로 지역경제다”라며 “준비할 것이 많지만, 통영을 그렇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제안했다.

느티나무 지적장애인 부모회 이동주 전 회장은 “오후 6시 무조건 퇴근이라는 조건만 없으면 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입주했을 것”이라며 “장애인단체들도 힘을 합쳐서 사무실도 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한 박자만 늦게 생각해 달라’는 광고카피를 전하며 ”잠포학교 졸업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하는 바람을 전했다.

또 그는 ”장콜 기사분들이 고생하시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장애유형별 특성에 대한 이해는 키웠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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