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윤우정 사무국장

누구나 나의 의향과 결정에 따라 내가 살고 싶은 지역에서 일하고 쉼과 여가를 가지며 가족과동료와 함께 살아갈 권리가 있다.

성인이 되면 직장을 갖고 돈을 벌어 쓰고 싶은 곳에 쓰고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 원 가족을 떠나 혼자 살거나 다른 누군가와 살고 싶어 한다. 나만의 관심과 취미에 몰두하며 또 다른 세계와 만나고 싶어 한다.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사회, 집단, 가까운 동료와 가족 그리고 바로 자신에 대한 책임을 배워간다. 이것을 자립이라 말할 수 있다.

지적인 어려움이 있는 발달장애인들은 위와 같은 욕구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삶의 경험이 같기에 같은 욕구를 가진다. 하지만 완전 자립은 어려울 수 있으며 별도의 지원을 통해 자립적인 삶을 가질 수 있도록 체계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발달장애인(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의 현실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영아부터 치료와 교육을 받고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결국 갈 곳을 찾지 못해 집에서 오롯이 부모님이 데리고 사는 경우를 종종 본다. “내가 그냥 끼고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라며 오랜 시간 누적되었을 부모님의 한숨을 본다. 일상적인 의사소통과 생활이 가능하며 하루 단순노동 8시간을 근무를 하는 20대였던 지적장애인은 자립이 가능함에도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리고 혼자 살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35세 넘도록 부모 집에서 생활하며 꿈도 없이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필자는 올해 여름, 위와 같은 갈증을 가지고 독일의 ‘하우스할(Haus Hall)’을 다녀왔다. 하우스할은 독일의 남서부 게셔 지방에 있는 발달장애인 생애주기에 따른 통합시설이다. 하우스할은 1933년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현재 약 1000여명의 장애인과 1500명의 직원이 함께 하우스할을 중심으로 게셔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우스할은 교육영역으로 0~3세 방문 조기개입 서비스, 3-5세 통합유치원, 특수학교가 있다. 개별화된 교육과정, 다양한 보조도구, 대체의사소통 지원, 심리치료사를 통한 행동지원 등 안정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삶에 있어 일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아무리 심한 중증장애라고 하더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우 심한 중증장애라도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한다. 발달장애인이 고용되어 있는 작업장에서 위험해 보이는 철재를 자르고 구부리는 작업을 한다. 작업을 세분화하여 하나의 공정을 여러 번 나누어 2~3명의 장애인이 함께 협업으로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장애 수준별 업무의 구분은 있지만 누구에게나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그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다. 지역 내 250개의 회사와 교류하여 1050명이 취업되어 있다고 한다.

생활그룹 영역(일터에서 돌아와 일상생활을 하는 공간)으로는 하우스할 내 생활그룹(보통 심한 중증에서 중간 정도의 장애인이 이곳에서 머물며 각 개별 방과 공용공간이 있음), 하우스할 외 생활그룹(경증장애인 머물며 원룸처럼 되어 있고 1층에는 공용공간과 사무실 그리고 지하에는 개별창고와 개별 세탁기가 있음)과 지역 내 혼자 생활하는 장애인(보통 월세)이 있다.

하우스할의 강점은 일과 삶이라는 일상을 실현해야하는 한다는 단순한 가치아래 장애별 특성별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생애주기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제도로 보면 특별한 것은 없다.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것은 서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있고 그 장애인의 삶과 일을 위해 서비스는 만들어지고 조직된다. 이런 가치는 하우스할과 게셔 전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직원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체계화 되어있다. 전문적 지원, 심리적 지원, 행정적 지원, 말과 글을 정확히 알지 못해도 상징을 통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적 구성을 통해 그들을 이를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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