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시대다. 크기래야 0.1㎛(마이크로미터. 1백만분의 1미터)로 미미하기 짝이 없는 존재지만, 공포의 크기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인류가 문명을 눈부시도록 발전시켰지만 마치 중세 온 유럽이 흑사병 공포에 시달렸듯이, 21세기에 이르렀어도 질병에 대한 공포는 여전하다. 아마 이 공포는 막 발견된 데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이고, 그래서 대상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에 기인했을 것이다.

15세기 말 지리적 발견 이후 16세기부터 유럽인들이 대규모로 아메리카대륙을 침공했다. 종교적 목적이었던, 경제적 목적이었던 그리고 의도했던 아니던 그것은 침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침공은 무자비했다. 수 천 만 명의 원주민들은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코카서스 인종에 의해 대규모로 학살당했고, 수탈당했다. 원주민의 문명은 몰락했고, 지금은 전설로만 남아있다.

보이지 않는 암살자, 바이러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학살한 것은 유럽인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유럽에서 함께 가져온 보이지 않는 암살자 천연두(天然痘) 바이러스로 인해 더욱 더 많은 원주민이 죽음을 맞았다. 아메리카의 매독(梅毒)균이 유럽으로 전파되며 숱한 유럽인이 사망한 것은 죽은 아메리카 원주민 원혼의 복수였을까?

당시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학살한 것은 무지(無知)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김새가 다르고, 말이 안통하며, 전혀 다른 문명과 풍습을 가진 원주민이 두려웠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휴머니즘적 가치관이 세계적으로 보편화 돼있던 때가 아니다. 종교적 신념의 차이로 유럽 내에서도 서로 죽이고 죽던 때다. 설득의 미덕은 어림없던 시절이다. 모르면 무서워지고, 무서우면 폭력을 가하는 것이 통용되던 제국주의 초기시절이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스페인 독감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인류는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대규모 학살을 경험했다. 사라예보의 총성과 함께 1914년 발발해 1918년 종전할 때까지 연합국과 동맹군 병사 830만 명이 전사했고, 민간인은 1300만 명이나 죽임을 당했다. 그런데 1918년 창궐했던 스페인독감(유행성인플루엔자)은 이듬해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0만~5000만 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인류는 아직까지 감기바이러스를 없애는 약을 개발하지 못했다. 매독은 세균(細菌)이라서 세포구조를 이루고 있고 숙주 없이도 증식할 수 있어 항생제 개발이 용이한 반면, 바이러스는 핵산과 단백질로만 구성돼 정상적인 세포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아 그만큼 대항약제를 만들기 어렵다.

코로나바이러스, 발견 80년째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1937년 닭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조류뿐 아니라 가축과 사람에게도 감염시킨다. 형태가 태양의 바깥층인 코로나와 닮아서 코로나로 이름붙여졌으며, 감기같은 호흡기 질환 또는 소화기 질환을 일으키며, 치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는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2003년 발생한 SARS로 전 세계에서 약800명 정도가 사망했다.

처음엔 ‘우한폐렴’으로 불렸고 현재는 ‘코로나19’로 정식 명명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작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말 그대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종이다. 중국 당국의 정보차단으로 인해 특히 우한시에 급속히 확산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처음 확진환자를 발생시킨 것은 올해 1월 10일이었다. 이후 중국 우한의 한국교민 850여 명을 국내로 이송해 격리시키고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를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치료와 예방을 강화하면서 사태가 수그러질 것처럼 보였다.

진정국면인줄 알았더니 ‘화들짝’

바이러스 발원국인 중국과 선진국이라고 믿기에 너무 허술한 방역시스템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방치하는 듯 태도를 보인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한 대응으로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대구신천지교회에서 다시 불붙기 시작한 코로나19 위기는 현재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행사는 취소되고, 도심은 텅 비며, 국가경제 뿐 아니라 바닥경제는 낭떠러지에 멈춘 상태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무지가 공포를, 공포가 폭력을

다만 코로나19의 치사율은 크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중국도 치사율은 3%이고, 우리나라도 8명으로 1% 수준이다. 양성 확진 받고 완치 후 퇴원했던 30대 남자는 “심한 독감 정도였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수칙을 지키면 전염 가능성이 낮고, 건강하고 면역력이 높으면 온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지(無知)에서 공포(恐怖)가 생기고, 공포에서 폭력(暴力)이 나온다. 알고 나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두려움이 사라지면 평온이 찾아온다.” 마음에 새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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