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건설된 박달하수처리장을 지상체육공원과 함께 보여주는 투시도

작년 3월 준공된 안양하수처리장, 지상에는 지역민 위한 체육시설

돈벌이가 이 정도라면 ‘내 뒷마당은 안돼’가 아니라 ‘우리 안방이라도 줄께’가 되겠다. 하수처리장을 지하화하고, 지상은 체육공원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예산 3300억 원 중 2700억을 투자(?)한 LH공사가 KTX역세권 인근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몇 배의 이익을 남겼다고 한다. 지찬혁 에코바다 대표의 말에 따르면 “15조원이나 벌었다”고 한다.

안양하수처리장의 사례다. 정확히 말해 안양 박달하수처리장의 사례다.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전체 부지면적 약 19만㎡에 있던 박달하수처리장은 안양·군포·의왕 등 안양권 3개시에서 배출되는 하루 약25만㎥의 생활하수를 1992년부터 처리해 오고 있었다. 하수처리장이 있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 대접이지만, 이곳 역시 도시미관을 헤치는 시설과 악취로 민원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안양시-LH공사 이해관계 맞아

대표적 혐오시설인 하수처리장을 이전할 새로운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고 이전비용도 만만찮을뿐더러, 같은 장소에 하기 위해서는 32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안양시는 그저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하지만 인근에 KTX광명역사가 들어서는 계획이 2004년 발표되면서 이곳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특히 광명역세권에 인접한 아파트 건설계획을 가지고 있던 LH공사의 등장은 안양시로서는 구세주와 같았다.

2008년 하수처리장의 지하화가 결정됐고, 2011년 9월 안양시는 한국환경공단에 사업수행을 위탁했고, 2012년 8월 안양박달하수처리장 지하화사업을 입찰 공고했다. 여기에 광명 KTX역세권에 아파트를 건설하려던 참이지만 악취가 진동하고 미관을 해치는 하수처리장의 존재가 달가울 리 없었던 LH공사와 시설 지하화 비용마련에 고심하던 안양시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졌다. 전체예산 3297억 중 LH공사가 2779억을 부담하고, 국비에서 217억을 지원받은 다음 나머지 309억을 인근 3개시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 것이다.

혐오시설 지하화, 전기생산 부수입

2013년부터 본격 공사에 들어가 2016년 11월부터 일부 시범 운영한 하수처리장은 2018년 3월 마침내 준공을 마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그동안 서울 중랑 물재생센터, 서남 물재생센터 등 일부를 지하화한 환경복합시설 등이 설치된 바 있었지만, 기존 운영하던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을 완전 지하화 하는 것은 안양박달하수처리장이 처음이다. 안양 박달하수처리장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활용해 3200여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1152만㎾h의 전기를 생산함, 90억 원의 예산 절감도 이루고 있다. 여기에 9854t의 온실가스를 감축, 매년 1억 원 이상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상에는 체육공원, 가고 싶은 곳

이밖에도 박달 하수처리시설을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에너지테마파크로 조성하여 과거 기피시설로 인식되었던 하수처리시설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악취를 중화시키기 때문에 지하 하수처리장으로 들어가도 악취가 지상에 설치된 다른 하수처리장에서 풍기는 것보다 훨씬 적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새물공원’으로 명명된 지상의 체육공원이다. 하수처리장을 지하로 넣은 뒤 생긴 지상부지에 축구장, 풋살장, 족구장, 테니스장, 농구장, 자전거장, 피크닉장, 잔디광장 등 체육시설을 만들어 놓고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새물공원의 규모는 축구장 20개면에 해당하는 18만㎡나 된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안양새물공원은 님비현상을 극복하고 도심지의 환경기초시설을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킨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그나마 위치가 수도권에 있고, KTX역세권 개발 덕을 볼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이어서 통영으로서는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님비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영감을 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족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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