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요금인상, 재정지원, 업체 자구노력 모두 필요한 시점

사통팔달과는 거리가 먼 곳이 통영이다. 간선도로는 한 갈래뿐이고 곁가지도 별로 없다. 막히면 한없이 답답해지고, 안보이던 시내버스가 한꺼번에 꼬리를 물며 도착하기 일쑤다.

읍면지역에서 새벽시장 나서는 노인들은 언뜻 버거워 보이는 짐까지 들고서 버스에 오르내린다. 죽림지역은 학생들 등교시간이면 전쟁터가 된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 부모가 승용차로 등교시키는 바람에 자원낭비도 심각하다. 재정지원까지 받는다는 시내버스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물어볼 것도 없다. 교통서비스에 대해 불평하면서 요금인상에는 얼굴 찌푸리는 시민들의 의식도 변해야 한다.

통영은 지리적 여건이 ‘방사형’이 아닌 ‘집중형’이다. 해안가의 좁다란 평지를 따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밀집해 있다 보니 외줄타기 버스노선이 주류다. 여기에 읍면 곳곳에 흩어져 생활터전을 잡은 주민들이 시장나들이 갈 때나, 등하교 할 때, 병원이나 관공서 업무를 볼 때 띄엄띄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어서, 업체로서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손님 두세 명’ 버스를 무한정 운행할 수는 없다. 시민들은 불만투성이고, 업체는 적자투성이인데다 관청은 혈세를 하염없이 쏟아 붓는 등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국 민선7기 공약사항으로 대중교통망 전면개편을 위한 첫걸음인 용역착수를 지난 5월에서야 했다. 통영시와 업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은 신도심이 갑자기 커지면서 기존의 노선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됐다는 점과 그렇다고 집중형 여건에서 여전히 많은 주민이 살고 있는 구도심을 외면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등하교 시간에는 관내 각 학교와 특히 신도심을 연결하는 노선을 늘려야 하지만, 기존 구도심의 노선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없는 것이다.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부분도 있다. 가령 승객이 많지 않은 노선을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등하교 시간에 학교노선으로 전환해 집중배치 시키는 방식은 말만큼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그 몇몇 되지 않는 손님들부터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근로기준시간을 엄수해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라고, 시내버스 기사들에게 고된 노동을 강제할 수는 없다. 그들도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시민들도 자신에게 부과될 비용을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이 콩나물 시루버스가 아닌 쾌적한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해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학업에 전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버스기사가 운행시간에 쫓기지 않아 정거장 가까이 버스를 댈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시민들도 차도로 뛰어내려서가 아니라 보도에서 안전하게 탑승하기를 바란다면 말이다. 만일 그렇다면 시내버스 요금 왜 그렇게 올리느냐고, 그렇게 올리면 선거 때 절대 안 찍어 줄 거라고 하지 않을 정도로 시민정신이 성숙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대중교통요금이 저렴하다. 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세계여행을 많이 하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직접 체험해서, 또는 간접적으로 들어서 충분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통성이 없는 위정자들이 국민의 불만을 억누르는 방편으로 대중교통요금을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2년이면 인상되던 요금이 4년이 지나도록 인상되지 않았다고 한다. 내년 4월 총선 전에 인상될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민생이 정치에 희생되는 것을 국민들 스스로가 용인하는 꼴인가? 적절한 이윤을 보장하는 공동체의 미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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