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통영시 산양읍에서 벌어진 ‘노부부 강아지 100마리 사건’은 동물학대 논란과 안락사 논란에 불을 댕겼다. 통영애견협회에 걸려온 한 통의 제보전화로 세상에 알려진 이 사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제보전화를 받고 산양읍 모처 야산 현장을 찾아간 박창용 통영애견지회장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한다. “갓 태어난 새끼 수십 마리를 포함해 100여 마리 강아지가 일제히 짖어댔다. 건물 입구부터 심한 악취가 풍겨오고 있어 일반인들은 접근조차 어려웠고, 온통 오물로 뒤덮인 비위생적인 환경에 70대 노부부의 건강까지 걱정스러운 상태였다.”

이 70대 노부부가 10여 년 전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고 버려진 암수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와서 키운 것이 이 대군단의 출발이었다. 이 두 마리가 시작해 낳은 자식 강아지들이 또 다시 근친번식을 거듭하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70대 노부부는 이들을 먹일 사료를 매일 아침 중앙시장에서 얻어온 음식물쓰레기로 지금껏 해결했다고 한다.

이 일이 알려진 뒤 100여 마리의 강아지들은 한 순간에 유기견이 됐다. 비위생적인 환경과 견주인 노부부의 건강상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00여 마리 중 일부 분양하고 남은 50여 마리는 유기동물보호센터로 간 다음 안락사 될 운명에 놓였는데, 통영시는 안락사를 방치한다는 비난까지 받게 됐다.

이때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이 유기견 전부를 입양하겠다고 나섰고 통영시는 비용지원과 함께 분양을 마쳤다. 하지만 최근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 단체도 워낙 사나운 50여 마리 때문에 입양을 못해서 골치 썩인다고 한다. 산양읍 노부부 100마리 사건은 우리 공동체가 동물안락사와 안락사 대신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 사이에서 현명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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