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서민, 소상인이 봉이냐? 주류도매가 박스 당 5000원이나 비싸다”는 기사를 지난 5월 29일(481호 1면 보도) 보도한 뒤 주류도매가가 큰 폭으로 인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최고가를 구가하던 것이 보름여 만에 전국최저가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상인들은 주류도매업체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일시적인 앞가림이라는 것이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죽림 일부 소매업체가 6월 초순부터 진주의 모 도매업체로부터 주류를 납품받고 있다. 이들의 납품가는 통영보다 박스당 3000원~4500원 정도 저렴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영의 경우 30병 한 박스에 4만3000원인 좋은데이·대선·화이트를 3만8500원에, 4만6000원인 참이슬을 4만1500원에 납품하고, 통영에는 20병 한 박스에 3만4000원~3만5500원인 맥주를 3만500~3만2000원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6월 중순부터 통영도매업체들이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며 공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참이슬(4만원), 좋은데이(3만8000원), 카스(3만원), 하이트(2만9000원) 등으로 진주는 물론 거제보다도 저렴하다. 보름새 전국최고가에서 전국최저가 수준이 된 셈이다. 5000원~7000원이나 내렸으니 거의 덤핑이다. 또 현재 죽림지역에만 적용되는 인하가격을 7월부터는 통영시내 전역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진주업체 거래처는 약30군데쯤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직은 많지 않은 상태다. 소상인들이 진정성을 의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6월 진주업체가 발을 들이자 곧바로 전국 최저가 가격인하공세를 펼치는 것은 애당초 타지역 업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전술로, 타지역업체가 발을 빼면, 즉시는 아니어도, 도매가격 원상복구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주류제조업체가 도매업자에게 주는 일명 리베이트도 이달부터 전면 금지됐다고 한다. 리베이트란 일정 물량 이상 출고 시 제공하는 일종의 인센티브다. 이 점까지 감안하면 도매업체들에게 대폭적인 가격인하는 큰 출혈을 감수한 것이다. 통영시내 모든 업체들이 거의 동시에 가격인하를 단행했는데, 가격담합이란 ‘가격인상’을 부당하게 담합하는 것뿐 아니라, ‘가격인하’에도 적용된다.

통영의 업체들이 의심스러운 가격인하를 한 것은 소상인들의 단결을 내부에서부터 허물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실제로 통영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하자 ‘이 가격이라면 웬만하면 그동안 거래하던 지역 업체와 계속 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상인들도 있다고 한다. 실제 업계 내에서도 “원상복구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인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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